화장실 청소하는 울 엄마…'자존감' 높여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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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역 편미혜님, 시청역 조옥자님, 대방역 박미화님, 부평역 이홍수님…."
화장실에선 어쩌면 "아줌마! 아저씨!"로 주로 불렸을 이들의 '몰랐던 이름'이었다. 배변이 묻은 변기를 닦고, 세면대 물기는 마른 걸레로 훔치고. 물기로 흥건한 바닥은 걸레로 밀고, 휴지로 꽉 막힌 변기는 뚫고. 그리 화장실을 빠짐없이 책임지며 깨끗하게 만드는 이들이 상을 받는 자리였다. 13일 오후, 여긴 서울시청 다목적홀이었다.
수상자로 호명된 이들이 한 명씩 올라왔다.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아버지·어머니뻘 어르신들이었다. 저마다 반듯한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빨간색 스카프를 두르고, 구두를 신었다. 표창장과 금빛, 은빛으로 화려하게 잘 포장된 선물이 주어졌다. 가족들은 꽃다발을 품에 안겨주었다.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박수 소리가 가득했고 웃음이 얼굴에 머금어졌다.
시청역 화장실을 청소하는 조옥자씨도 행복해보였다. 소감을 물었다.
"너무 해피하죠(웃음). 처음엔 좀 창피하고 그랬는데, 이젠 이런 걸 부끄럽게 생각 안 하니까요. 상으로 용기를 많이 이끌어주신 거지요."
최우수상은 6명, 우수상은 172명이었다. 대표로 몇 명 받고 나머진 전달만 하겠거니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한 명 한 명, 빠짐없이 다 이름을 부르고 단상에 올라오게 했다. 장장 30분 동안 시상식이 이어졌다.
전국 지하철역, 공항, 고속도로 휴게소, 공공기관, 실은 그 얼굴이나 다름없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해주는 이들. 시민들이 불편할까 후다닥 청소하고 나가던 익명의 고마운 사람들. 그들이 오롯이 주인공이고, 빛나는 자리가 있단 것에 기쁘고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 누가 이걸 기획한 걸까.
성대하고 떠들썩했던 행사가 마무리되고 텅 빈 곳엔 몇몇만 남았다. 그중 단정한 단발머리에 남색 정장을 입고 동분서주하며, 마지막까지 와준 이들을 안아주고 고맙단 인사를 하던 사람. 그가 24년간 화장실 관리인 상을 만들고 주며, 치우는 이들의 노고를 기리고 자존감과 긍지를 높여온,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74)였다.
상 받은 엄마, 딸들 불러 "화장실 청소가 이젠 창피하지 않다"
2000년, 그게 화장실 관리인에게 처음 상을 줬던 해였다. 케이크를 써는 대신, 표 대표는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만 좋다고 자축하기보단, 화장실을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다고. 그게 화장실을 청소하는 이들이었다. 전국에서 200여 명을 추천받았다.
당시엔 표 대표가 돈이 없었다.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해 타월 2장, 휴지와 김치통 같은 걸 선물로 담았다.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싶었으나 부족하게 느껴졌다. 대신 그리 첫 번째 시상식이 끝났다.
형도 : 상금 100만원씩이라도 드리고 싶으셨을텐데…아쉬움이 있으셨겠어요. 어땠나요.
혜령 : 끝나니까 집에 오니까 외롭더라고요. 힘들게 하긴 했는데 사람들이 기뻤을까, 행복했을까. 멀리 부산에서 오고 했는데 선물이라고 준 게 우스워서, 마음이 외롭고 괴롭고 그랬지요. 그런데 홈페이지를 켰는데 글이 하나 올라와 있는 거예요.
형도 : 뭐라고 쓰여진 글이었을까요.
혜령 : 화장실 관리인의 딸이 올린 글이었어요. 엄마가 상 받으러 간다고 해서, 처음엔 뭐가 큰 자랑이라 받느냐고 말렸었대요. 그런데 상을 받고 돌아온 엄마가 저녁에 딸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대요. 막걸리를 한 잔씩 따라주면서요. "엄마는 이제 창피하고 그런,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 시를, 기관을 빛내는 일을 하는 관광산업의 한 사람이란다. 그래서 기쁘구나." 그러면서 엄마의 자존감을 높여준 당신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요.
형도 : 아, 너무 뭉클하네요. 대표님도 그런 마음이셨겠지요.
혜령 : 그걸 보고 제가 엉엉 울었어요. 시상식 때 제가 했던 인사였거든요. 돈을, 상품을 많이 준다고 자존감을 높이는 게 아니구나 싶었지요. 따뜻한 말, 그리고 표창장의 글자 하나하나가 금이었던 거예요. 기뻐하시는 거 보면 감사하고 눈물나지요.
....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 눈높이에 붙은, 그 글귀를 본 기억이 있었다. 아마 전 국민이 한 번쯤은 다 보지 않았을까. 그 글을 짓고 만들어서 붙인 이 역시 표 대표란다. 이야길 듣고 싶었다.
형도 : 그 글귀를 지은 분을 직접 만나다니 영광이네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신 건가요.
혜령 : 처음엔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세요'라고 붙였었어요. 크리스마스 카드에 써서, 테이프로 지하철 화장실에 붙였지요. 며칠 있다 갔더니 미화 여사님들이 "아줌마, 이거 가져가요!"하더라고요. 그거 붙여봐야 소용없다고요. '옆을 봐, 뒤를 봐'라고 쓰여진 문구엔 누군가 쓴 낙서가 있더라고요. '보긴 뭘 봐, 네 X들이나 깨끗하게 해라'라고 적혀 있었어요.
형도 : 아, 상식 이하의 사람들이군요. 역시 쉽지 않은 일이네요.
혜령 : 두 번째 문구는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울리지 마세요' 이렇게 썼지요. 만남의광장 휴게소에 가서 만났더니, 화장실 관리인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남편이 암으로 죽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는데, 토해놓고 뭐 하는 거 보면서 하루 10번도 더 운다고요. 그래서 써서 붙였더니 '울거나, 말거나', '우리 때문에 청소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낙서해놨데요.
형도 : 정말 고민이 많으셨겠어요. 그러다 그 글귀를 만드신 거군요.
혜령 : 서당 훈장님이던 외할아버지 말씀이 생각나더라고요. '군자필신기독야(君子必愼其獨也)'. 홀로 있을 때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공자님 말씀이지요. 그걸 풀어서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고 써서 붙였지요. 그 아래엔 따뜻한 글을 넣고요.
형도 : 전설적인 글귀지요. 실제 본 사람들에게 효과가 좀 있었을까요.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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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선 어쩌면 "아줌마! 아저씨!"로 주로 불렸을 이들의 '몰랐던 이름'이었다. 배변이 묻은 변기를 닦고, 세면대 물기는 마른 걸레로 훔치고. 물기로 흥건한 바닥은 걸레로 밀고, 휴지로 꽉 막힌 변기는 뚫고. 그리 화장실을 빠짐없이 책임지며 깨끗하게 만드는 이들이 상을 받는 자리였다. 13일 오후, 여긴 서울시청 다목적홀이었다.
수상자로 호명된 이들이 한 명씩 올라왔다.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아버지·어머니뻘 어르신들이었다. 저마다 반듯한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빨간색 스카프를 두르고, 구두를 신었다. 표창장과 금빛, 은빛으로 화려하게 잘 포장된 선물이 주어졌다. 가족들은 꽃다발을 품에 안겨주었다.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박수 소리가 가득했고 웃음이 얼굴에 머금어졌다.
시청역 화장실을 청소하는 조옥자씨도 행복해보였다. 소감을 물었다.
"너무 해피하죠(웃음). 처음엔 좀 창피하고 그랬는데, 이젠 이런 걸 부끄럽게 생각 안 하니까요. 상으로 용기를 많이 이끌어주신 거지요."
최우수상은 6명, 우수상은 172명이었다. 대표로 몇 명 받고 나머진 전달만 하겠거니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한 명 한 명, 빠짐없이 다 이름을 부르고 단상에 올라오게 했다. 장장 30분 동안 시상식이 이어졌다.
전국 지하철역, 공항, 고속도로 휴게소, 공공기관, 실은 그 얼굴이나 다름없는 화장실을 깨끗하게 해주는 이들. 시민들이 불편할까 후다닥 청소하고 나가던 익명의 고마운 사람들. 그들이 오롯이 주인공이고, 빛나는 자리가 있단 것에 기쁘고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 누가 이걸 기획한 걸까.
성대하고 떠들썩했던 행사가 마무리되고 텅 빈 곳엔 몇몇만 남았다. 그중 단정한 단발머리에 남색 정장을 입고 동분서주하며, 마지막까지 와준 이들을 안아주고 고맙단 인사를 하던 사람. 그가 24년간 화장실 관리인 상을 만들고 주며, 치우는 이들의 노고를 기리고 자존감과 긍지를 높여온,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74)였다.
상 받은 엄마, 딸들 불러 "화장실 청소가 이젠 창피하지 않다"
2000년, 그게 화장실 관리인에게 처음 상을 줬던 해였다. 케이크를 써는 대신, 표 대표는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만 좋다고 자축하기보단, 화장실을 위해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다고. 그게 화장실을 청소하는 이들이었다. 전국에서 200여 명을 추천받았다.
당시엔 표 대표가 돈이 없었다.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해 타월 2장, 휴지와 김치통 같은 걸 선물로 담았다.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싶었으나 부족하게 느껴졌다. 대신 그리 첫 번째 시상식이 끝났다.
형도 : 상금 100만원씩이라도 드리고 싶으셨을텐데…아쉬움이 있으셨겠어요. 어땠나요.
혜령 : 끝나니까 집에 오니까 외롭더라고요. 힘들게 하긴 했는데 사람들이 기뻤을까, 행복했을까. 멀리 부산에서 오고 했는데 선물이라고 준 게 우스워서, 마음이 외롭고 괴롭고 그랬지요. 그런데 홈페이지를 켰는데 글이 하나 올라와 있는 거예요.
형도 : 뭐라고 쓰여진 글이었을까요.
혜령 : 화장실 관리인의 딸이 올린 글이었어요. 엄마가 상 받으러 간다고 해서, 처음엔 뭐가 큰 자랑이라 받느냐고 말렸었대요. 그런데 상을 받고 돌아온 엄마가 저녁에 딸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대요. 막걸리를 한 잔씩 따라주면서요. "엄마는 이제 창피하고 그런,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 시를, 기관을 빛내는 일을 하는 관광산업의 한 사람이란다. 그래서 기쁘구나." 그러면서 엄마의 자존감을 높여준 당신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요.
형도 : 아, 너무 뭉클하네요. 대표님도 그런 마음이셨겠지요.
혜령 : 그걸 보고 제가 엉엉 울었어요. 시상식 때 제가 했던 인사였거든요. 돈을, 상품을 많이 준다고 자존감을 높이는 게 아니구나 싶었지요. 따뜻한 말, 그리고 표창장의 글자 하나하나가 금이었던 거예요. 기뻐하시는 거 보면 감사하고 눈물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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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을 때 눈높이에 붙은, 그 글귀를 본 기억이 있었다. 아마 전 국민이 한 번쯤은 다 보지 않았을까. 그 글을 짓고 만들어서 붙인 이 역시 표 대표란다. 이야길 듣고 싶었다.
형도 : 그 글귀를 지은 분을 직접 만나다니 영광이네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신 건가요.
혜령 : 처음엔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세요'라고 붙였었어요. 크리스마스 카드에 써서, 테이프로 지하철 화장실에 붙였지요. 며칠 있다 갔더니 미화 여사님들이 "아줌마, 이거 가져가요!"하더라고요. 그거 붙여봐야 소용없다고요. '옆을 봐, 뒤를 봐'라고 쓰여진 문구엔 누군가 쓴 낙서가 있더라고요. '보긴 뭘 봐, 네 X들이나 깨끗하게 해라'라고 적혀 있었어요.
형도 : 아, 상식 이하의 사람들이군요. 역시 쉽지 않은 일이네요.
혜령 : 두 번째 문구는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울리지 마세요' 이렇게 썼지요. 만남의광장 휴게소에 가서 만났더니, 화장실 관리인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남편이 암으로 죽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는데, 토해놓고 뭐 하는 거 보면서 하루 10번도 더 운다고요. 그래서 써서 붙였더니 '울거나, 말거나', '우리 때문에 청소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낙서해놨데요.
형도 : 정말 고민이 많으셨겠어요. 그러다 그 글귀를 만드신 거군요.
혜령 : 서당 훈장님이던 외할아버지 말씀이 생각나더라고요. '군자필신기독야(君子必愼其獨也)'. 홀로 있을 때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공자님 말씀이지요. 그걸 풀어서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고 써서 붙였지요. 그 아래엔 따뜻한 글을 넣고요.
형도 : 전설적인 글귀지요. 실제 본 사람들에게 효과가 좀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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